다산선생 지식경영법, 정민, 김영사
다산선생 지식경영법, 정민, 김영사
대학생들에게, 특히 대학원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특히 대학원 진학률이 매우 높은 포스텍에서는 본인 전공과 관련이 없겠지만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18년 유배생활 중 500권에 이르는 방대한 양의 저서를 완성한 다산 정약용. 그는 경전에 통달한 걸출한 학자인 동시에 해박한 사학자, 목민관의 행동지침을 명쾌하게 정리해낸 행정가, 형법의 체계와 법률적용을 검토한 법학자이자 『아방강역고』와 『대동수경』을 펴낸 지리학자였다. 또한 화성 축성을 설계한 뛰어난 건축가이고, 기중가와 배다리, 유형거를 제작해낸 토목공학자, 기계공학자였으며 『마과회통』『촌병혹치』등의 의서를 펴낸 의학자인 동시에 독보적인 시인, 날카로운 비평가이기도 했다. 사상 유례없이 폭넓은 분야에서 기적 같은 학문적 성취를 일궈낸 전방위적 지식경영인 정약용은 어떻게 지식의 기초를 닦고 정보를 조직했을까? 어떻게 핵심을 장악하고 생각을 단련하고 효율성을 강화했을까? 그가 탁월한 사고 과학적인 논리로 현대에도 유용한 지식경영의 핵심과 로드맵을 제시한다.
이 책에서는 총 10강에 걸쳐 연쇄적, 계통적, 효율적, 쟁점적, 논리적, 현장적, 창의적, 집체적, 인간적, 실천적 지식경영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10개의 강 아래에 각각 5개의 공부법을 소개하고 있으니, 50개의 공부법이다. 50개도 많은 게 아닌데 하나만 읽어도 와닿는 것이 있고 깊이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또 주체를 잃어버린 채 이런 저런 정보에 휘둘린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된다.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을 리가 없다.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공부법을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 그 사람이 이상한 사람일 것이다. 공부와 담을 쌓은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나 알고있는 방법들이다. 단계별로 학습할 것, 정보를 조직할 것, 메모하고 따져볼 것, 토론하고 논쟁할 것, 설득력을 강화할 것, 적용하고 실천할 것, 권위를 딛고 설 것, 과정을 단축할 것, 정취를 깃들일 것, 핵심가치를 잊지 말 것. 그러나 이 열 가지를 알고 있다고 해서 누구나 다산처럼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래서 다산은 위대하다.
이 책에서도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다산의 업적은 모두 다산과 다산의 제자들의 공동작업이었다. 다산은 제자들의 작업을 지휘하는 지휘자 역할을 맡았던 것이다. 수많은 정보를 구슬에 실 꿰듯이 조직하고, 제자들을 지휘하는 다산을 떠올리면 '지식경영법'이라는 다소 거창한 이 책의 제목에 수긍할 수 밖에 없다.
나는 책읽는 속도가 빠른 편이지만 이 책을 읽기까지에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더불어 나의 약한 한자실력과 배경지식도 한몫했다). 그럼에도 다산의 공부법에 대해 알았다고 말할 수 없다.
생각을 글로 바꾸고, 모으고, 다듬는 데 필요한 모든 정보가 담겨있어서 특히 대학(원)생에게 모든 공부에 앞서는 바탕공부로 여길 수 있는 기본서라고 할 만하다. 반드시 일독을 권한다. 청암학술정보관에서는 1권밖에 없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20090875 최혁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