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것이냐, 넣을 것이냐.’ 이어령(82) 초대 문화부장관이 지금 우리에게 던지는 문명사적 질문이다. 보자기로 싸는 문화와 가방에 넣는 문화, 보자기형 가변조직과 가방형 관료조직 중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가 ‘원 소스 멀티 유즈’의 정보화 사회에서 앞서가는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창조의 아이콘’이자 혜안의 문명사가인 이 전 장관이 30여 년 품어온 보자기 인문학을 내놓았다. 한국과 일본의 문화 비교론을 써달라는 일본 ‘중앙공론’사의 제의로 1989년 펴냈던 일본어판의 번역본이다. 『가위바위보 문명론』과 같이 우리의 풍습 속에서 찾아낸 포스트모던 문화론으로 오래된 미래를 되살려낸다. 펼치면 2차원 평면이요, 싸면 3차원 입체가 되는 보자기의 포용성·융통성·가변성을 변신로봇에 비유해 미래를 예언했다.
[출처: 중앙일보] [책 속으로] 가방보다 보자기다, 이어령의 문명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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