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황석영(72)씨의 새 장편소설이다. 제목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퍽 고즈넉한 느낌의 작품이다. 소설 본문이 200쪽이 안 돼 분량이 부담스럽지 않고, 등장 인물들의 생 전체를 심상(尋常)하게 회고하는 식이어서 마치 황혼 풍경을 예쁘게 그린 작은 그림을 마주한 기분이다.
소설은 얼개가 정교하다. 유신시대와 함께 대학생활을 시작해 상업적 건축가로 큰 성공을 거둔 60대 중반의 건축가 박민우, 그보다 한 살 아래인 어린 시절 같은 동네의 여학생 차순아, 두 사람의 과거 인연을 한 꺼풀씩 벗겨낸다. 정우희라는 미지의 인물이 민우·순아 두 사람의 인연의 비밀을 푸는 열쇠 역할을 한다. 20대 후반인 우희는 편의점 밤샘 알바로 생계를 유지하며 고단하게 연극판을 지키는 여성 연극인이다.
[출처: 중앙일보] [책 속으로] 60대 건축가와 20대 알바생 … 황석영이 그린 헛헛한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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