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젊은 언론인이자 정치 논평가 더글러스 머리의 2017년 화제작 『The Strange Death of Europe』의 한국어판 『유럽의 죽음』이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유럽 문화의 심장부에서 벌어지는 이민의 현장을 찾아다니며 급증하는 이민자, 유럽 전역에서 벌어지는 테러 공격의 상황, 사회 갈등을 대하는 유럽 정치와 언론의 방식 그리고 유럽 시민들과의 괴리감을 여실히 보여 준다.
『해부학자』는 해부학 책 《그레이 아나토미》를 둘러싼 불가사의한 인물들의 삶과 행적, 그리고 그 시대 의학 이야기를 담은 아름다운 과학 에세이이자 해부학 실습과정에서 경험한 인체의 해부학적 지식과 인간에 관한 통찰을 담은 철학 에세이이다. 《그레이 아나토미》에 삽화를 그린 헨리 카터의 삶이 전면에 드러나며 전체를 끌고 간다.
히틀러가 제1차 세계대전에서 실명의 위기를 겪지 않았다면 화가를 그만두고 정치에 뛰어들었을까?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소아마비에 걸리지 않았다면 역경을 극복해내고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지도자의 이미지로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을까?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원정 중 사망하지 않았다면 유럽의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잉글랜드 메리 여왕의 ‘상상 임신’ 덕에 영국은 오늘날 스페인어가 아니라 영어를 쓸 수 있게 되었다고?
오정희의 『저녁의 게임』(문지작가선6)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데뷔작 「완구점 여인」(1968) 등 초기 소설과, 시대적 어둠을 통해 현재의 여성적 삶을 비추는 대표 작품인 ‘전쟁 3부작’ 「유년의 뜰」(1980), 「중국인 거리」(1979)「바람의 넋」(1982)을 포함해 총 11편의 중ㆍ단편소설이 실렸다. 특히 오정희 소설에서 두드러지지 않았던 ‘아버지’를 좀더 선명하게 재현한 「저 언덕」(1989), 작가 특유의 모순적 존재론이 두드러지는 「얼굴」(1999), 떠돌며 살아가는 사람들과 그 원천을 조망한「구부러진 길 저쪽」(1995)은 〈오정희 컬렉션〉(문학과지성사, 2017)에 미수록된 작품들로, 작가와 해제자, 출판사의 면밀한 검토와 협의를 통해 새롭게 다듬어 실었다.
한국의 시험은 단순히 자기 능력을 측정하고 학습의 방향을 정하는 ‘수단’이 아니다. 영유아기부터 영어유치원 선발을 위해 시험을 준비하고, 초등학생이 되면 영재원에 합격하기 위해 사교육을 시작한다. 특목고 진학을 위해 중학교부터 성적을 관리하고, 고등학생이 되면 내신 등급을 올리기 위해 시험지 유출마저 일어나는 곳이 바로 한국이다. 이곳에서 시험은 인생의 길목마다 자리해 합격과 불합격을 결정하는, 개인에게 큰 위험부담을 전가하는 ‘고부담 시험(high stake exam)’이다. 저자들은 한국 사회를 지배한 고부담 시험이, 선발과 경쟁에 익숙한 ‘시험인간’을 만들어낸다고 설명한다.